도서추천 - 소년이 온다 by 한강

안녕하세요 폴리테그 tarzo 입니다.

쾌창한 토요일 오전에 독서모임을 하고 출근을 했네요.

맑은 하늘 만큼 유쾌한 느낌의 책은 아니지만, 굉장히 좋은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영상으로 또 글로도 많이 언급이 되었던 소재인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읽기 전에는 화려한 휴가, 26년, 택시 운전사, 1987 등의 여러 영화로 518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저에겐 조금은 식상한 주제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습니다.

근데 마지막 6장을 읽고 있을 즈음엔 너무 먹먹해져서 퇴근길 지하철에서 울뻔했네요.

(눈물 흘리지 않으려고 눈꺼풀을 빠르게 깜빡이다가 맞은편 사람과 눈이 마주쳐 굉장히 쪽팔렸던...ㅋㅋ)

특히나 살아 남은자가 짊어지고 가야할 아픔에 대해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것이 더 슬펐습니다.

실은 저도 한 10여년 전 이 책을 읽기 이전에 한편의 시를 읽구 모니터 앞에서 손을 벌벌 떨면서 눈물을 흘렸던 시가 있었더랬습니다.

바로 이 시인데요....

그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것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이 시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슬픔이 배가되었던 것 같아요...

불의에 항거하는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이 아닌 바로 내 옆의 동네 이웃과 같은 소시민의 생각을 담담히 적어가고 있습니다.

알량한 사글세 조금 받으려고 사랑방을 정대네 집에 세을 준 것을 후회하면서도,

정대네 남매를 원망하면 죄 받는다는 동호 어머니의 말...

아들 동호가 정대네를 찾다가 죽은 것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원망이 있지만,

정대와 아들 동호가 옳은 일을 했기에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한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봤어요.

아마도 너무 무서워서 아무 것도 못했을 것 겁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아이를 부정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저 였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저에게 있기를 기대합니다.

할 수 없으면 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는 용기를 갖고 살아가야겠습니다.

소년이 온다 국내도서 저자 : 한강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4.05.19 상세보기